동해안 여행 2


연휴에 맛집을 갈 때는 한 시간 정도는 너끈히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짬뽕 초당 순두부로 유명한 '동화가든'에 가서 대기표를 뽑았는데, 내 앞에 이미 130여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까 평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황금 연휴의 위력 덕분에 계획에도 없었던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대통령 선거는 벌써 세 번째이지만, 다른 선거보다 좀 더 긴장되는 면이 있다.


1시간 30분의 고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짬뽕 순두부와 초두부를 맛볼 수 있었다. 그동안 먹어봤었던 말캉한 순두부와는 완전 다른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짬뽕 순두부는 맛있었지만 딱 기대했던 불맛 강한 짬뽕이라 조금 아쉬웠다. 초두부는 초두부 뿐 아니라 비지와 된장찌개가 함께 나온다. 된장찌개라고는 하지만 거의 강된장에 가깝고, 마치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반반 섞어놓은 맛이 났다. 건더기 중에는 까만 무 조각이 있었는데, 이 맛있는 녀석이 된장찌개의 숨겨진 핵심 포인트다. 좀 더 많이 들어있으면 좋았을걸. 







38선 휴게소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양양이 서핑으로 유명하다고 듣긴 했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신기했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동해바다를 보고자 하는 목적밖에 없었으니까 설악산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속초는 가볍게 둘러보고 일찍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급하게 예약한 숙소가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였다! 그래도 바다만 이틀째 봤으니 산을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취소하지 않았다. 속초 시내에서 목우재 터널을 통과하면서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간 것처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유스호스텔이었는데 외국인 커플들이 좀 있어서 신기했다. 나름 여기저기 영어로 쓰여있는 것을 보니 외국인들이 꽤 자주 오는 것 같다. 할머니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손녀딸로 보이는 어린 친구를 통해 아침메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귀여웠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지로 영광을 누렸던 곳이지만, 이제는 문을 닫은 숙소가 훨씬 많았다. 심지어 설악파크호텔조차 작년에 폐업했다고 한다. 밤이 되자 급격히 을씨년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설악산을 찾지 않는 것 같아 씁쓸했는데, 다음날 설악산 입구에는 사람들로 엄청 북적북적한 반전이! 다들 어디서 묵는 것일까 궁금하다.







그냥 가볍게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헉헉대면서 흔들바위까지 가고 있었다. 잘 닦여진 길이 언제 등산로로 바뀌었는지 기억을 더듬었지만 잘 모르겠다. 걸으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그래도 인생 처음으로 설악산에 왔는데 울산바위까지는 아니더라도 흔들바위는 가야 어디가서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나가면서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은 아가씨도 봤는데 아마도 마음은 나와 같지 않을까.







아쉽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속초의 물회는 여행의 피날레로 완전 딱이다! 이번에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물회는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했다. 강원도라 그런지 해산물도 비린내 없이 싱싱했고, 특히 전복은 꼬독꼬독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가끔씩 은근히 생각날 것 같다. 지금도 사진을 보니까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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