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기2

3박 5일의 일정동안 첫 단체 패키지 여행에서 깨달은 사실은 가이드는 정말 대단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한 번에 30명이 넘는 사람들을 케어하면서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우리가 늦은 밤에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면, 가이드와 인사를 나눈다. 가이드는 다른 비행기로 오는 항공편 사람들도 기다려야 하는데,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되면 새벽까지 공항에 있어야 한다고. 

버스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여행 일정에 관련된 것들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사람들은 잘 안듣다가 설명이 끝나면 다시 되묻는다. 정말 기본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오지만 가이드는 또 다시 웃으며 열심히 설명한다. 가이드 개인 사생활에 관해서도 정말 많이 물어본다. 쇼핑센터도 데려가야 하고(다행히 압박은 없었다), 숙소에서의 사건사고 처리는 일상인 듯 하며, 온갖 요청을 받는다. 옆에서 보는 나도 왠지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역시 서비스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가이드를 통해 얻는 지식은 너무 좋아서, 나만을 위한 가이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뉴욕 여행 갔을 때도,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덕분에 얼마나 든든했던지.




첫째날 오전에는 수트라 하버 리조트에서 가까운 섬으로 데려가는데, 그 곳에서 스노클링과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면 된다. 왠지 단체 여행객을 위한 해변을 지정해 놓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고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스노클링을 처음해봐서 바닷물을 몇 번 들이켰는데, 정말 심하게 짰다. 해양스포츠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포기했었다. 엄마는 아주 단순한 놀이기구라도 타고나면 1~2일은 앓아눕기 때문에 나도 유유자적하게 스노클링이나 하면서 놀았다. 





둘째날 오후에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대성리 같은 곳에 떨군다. 이름하여, 라군팍 워터월드! 여기서는 대성리에서 즐길 수 있는 온갖 것들이 다 있다. 사륜오토바이, 플라잉체어, 물썰매(?), 카약 등등. 물에 들어가기 싫은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해먹에서 쉬어도 된다. 이것 저것 하다보면 오후 세 시간이 금방 간다. 





라군팍에서 신나게 놀다가, 일몰을 보기 위해 보트를 타고 이동한다. 넥서스 리조트에서는 위치상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없지만, 여행사에서 제공한 장소에서는 볼 수 있다. 어찌나 멋지던지 사진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찍었다! 여행 중 딱 한 번, 가이드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일몰을 보고 나면, 다시 대성리같은 그 곳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밤이기 때문에 모기와의 전쟁이 선포된다. 밥 먹으면서 모기한테 물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야 했다. 그렇지만 분하게도 두 방 물렸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반딧불 투어가 이어진다. 가이드가 몇 번이나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던 것은 나나문 같은 곳은 너무 멀지만, 라군팍은 여행사에서만 독점으로 계약한 곳이라서 가까워서 좋다고. 실제로 넥서스 리조트에서 라군팍은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이다. 나는 나나문이든 라군팍이든 반딧불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반딧불을 보려면 밀림으로 보트를 타고 들어간다. 가이드는 반딧불이를 꼬시려고 도구로 반딧불이 흉내를 내는데, 그러면 몇몇 반딧불이가 보트로 날라온다. 손으로 감싸듯이 잡으면 된다고 가이드가 일러주었다. 엄마와 나도 한 마리를 잡아서 잠깐 들여다보고 다시 보내줬다. 




마지막 날에는 체크아웃을 하고나서 시내투어가 시작된다. 모스크 사원 처럼 멋진 곳도 가지만, 우리에게는 세 군데 쇼핑센터를 들러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나마 모스크 사원도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





우리의 의무는 라텍스, 초콜릿, 노니/잡화점이다. 귀가 얇은 나는 결국 라텍스 베개를 샀다. 말레이시아 라텍스가 유명하다더니, 아직까지는 고무 냄새가 안나고 딱딱해지지도 않았다. 매우 만족하면서 쓰고 있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더 사올 생각이다. 베개가 차가워서 여름에 쓰면 특히 좋을 것 같다.


잠깐 가이드 + 다른 여행객들로부터 들은 바를 생각나는대로 정리하자면,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바가지나 흥정이 없다고 한다. 국민 소득이 만 불 정도 되는, 전 세계에서 딱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다. 즉 아주 잘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사는 곳도 아니다. 천연 가스, 주석 등 자원도 풍부하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물건의 품질은 대체적으로 좋다고 한다. 라텍스나 카야잼, 사바티백(녹차와 비슷한데 나에게는 녹차보다 맛있다), 커피나 화장품 등 몇가지 항목들이 있다. 단, 말린 음식은 사지 말라고. 

말레이시아인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듯이 강단이 센 편이기도 하다. 성격은 대체적으로 느긋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 (회사에서는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 내가 일하는 분야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며, 개선! 혁신! 창조!을 외치는 것만 보다가 말레이시아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는 13개의 주가 있고, 이 중 9개의 주에 왕실이 존재한다. 동말레이시아와 서말레이시아는 거의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는데, 그래서 코타키나발루에 사는 교민들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소식을 듣는 것은 서울 사람에게 제주 소식을 묻는 것과 비슷하다. 비행기로도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비자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한다.  





쇼핑몰이 몇 개 있는데, 이 곳은 좀 오래된 곳인 Centre Point Sabah. 우리나라의 90년대~2000년대 초반 시절의 쇼핑몰을 보는 듯 했다.





시내를 천천히 뚜룻뚜룻. 엄마는 신발을 사고, 나는 옆에서 밀크티를 쭉쭉 들이켰다. 덥지만 습도는 견딜 만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흥정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곳. 필리핀인들이 모여서 만든 필리피노 마켓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잘 깎아주진 않는다. 코타키나발루는 농업이 아니더라도 자원이 풍부해서 농업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과일을 수입하다보니 과일 가격이 꽤 비싸다. 두리안하고 망고스틴을 샀는데, 각각 만원씩 냈다. 두리안은 반드시 노랗게 익은 두리안을 골라야 한다고 한다. 같이 다녔던 일행 중 두리안 전문가가 있어서, 처음 먹어보는 엄마도 엄지척을 치켜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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